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왉입니다 2023. 5. 23. 05:30

편지를 건네받고 잠시 동안은 멍했다. 어떤 내용이 이 편지 안에 들어 있을지 조금은 기대됐지만 두려운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편지를 펼쳐보니 쓰면서도 많이 고민한 듯 여러 번 지워 살짝 구깃한 종이와 흐릿한 연필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아윤은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적어내려갔을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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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이 편지를 읽는 동안 그는 떠나지 않고 편지를 건넨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편지를 읽는 동안은 고요한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앞으로도 저에게 친한 선배로 남아주셨으면…’
시야가 흐릿해졌다. 눈을 한번 깜빡이니 눈물이 뚝 떨어져 편지지 한구석을 적셨다. 순간 정신이 들며 아윤은 읽던 편지로 우는 얼굴을 가렸다. 이 눈물의 의미는 뭘까. 고백을 거절당했기에 슬퍼서? 아니면 그와 계속 친구로 남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그 순간 아직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아윤에게 그가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도 우정의 의미로 선배를 좋아하고, 선배와 함께해도 괜찮겠슴까? …저희 아직 친구 사이 맞죠?”

편지에 가려져 표정이 그에게 보이지 않아 아윤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도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으니까.. 잠시 짧은 침묵이 흐르고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너에게 고백을 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또 하고 계속했어. 내 마음을 너에게 말했다가 친구로도 못 지내게 될까 봐 무서웠거든.. 어제 고백한 뒤에 네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 말한 뒤에 떠나고 나서 무슨 답이 나한테 돌아올지.. 그날 한숨도 못 자고…“ 말 끝을 흐렸다.  혼란스러운 머릿속 생각들에 횡설수설 나오는 말들이 아닌 눈물이 계속 흘러 말하기가 어려웠기에. 더 가다간 그 애 앞에서 그냥 엉엉 울어버릴 거 같아서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울컥 흘러나오는 감정들을 누르기 위해 침을 한번 삼키고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신 뒤 다시 입을 열였다.

” 그러니까 내 말은… 내 말은 당연히 함께해도 괜찮다는 거야..”
아직도 멈추지 않는 눈물에 계속해서 편지로 얼굴을 가린 채 그의 질문에 답을 했다. 너무 울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함께해도 괜찮을지 먼저 물어봐 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그가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면 내가 도망쳤을 테니까. 앞으로 그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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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의 사랑고백은 이렇게 끝이 나게 되었다.